비트윈스페이스는 혁신적인 공간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간을 정의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한다. 또 공간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의미와 사용 용도에 대해 고민한다.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 과정은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있다. 비트윈스페이스는 공간을 통해 사람, 오브젝트, 그리고 공간과의 관계를 만드는 스튜디오다.
Q. 비트윈스페이스의 소개를 부탁한다.
A. 2007년 회사를 설립하고 15년째 스튜디오를 함께 이끄는 비트윈스페이스의 김정곤, 오환우 디렉터다. 우리는 8살 때부터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오며, 자연스럽게 친구에서 사업 파트너로 성장하게 됐다. 어린 시절 보내온 순수한 자연환경 이 현재 우리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우리는 디자인 홍수 속에서도 받아들임에 익숙해졌고, 회사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다양성을 만들어가는 데도 중요한 힘의 원천이 됐다. 현재는 다양한 복합유통 공간과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 유발과 경험 중심의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Q. 김정곤, 오환우 대표가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배경이 궁금하다.
김정곤. 디자인을 시작한 계기는 내가 지내온 환경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된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유년기를 보내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공간을 자연스럽게 꿈꿨다. 배움을 지속하고 난 후에 우리가 고민해서 만든 공간에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담기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비트윈스페이스는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본질의 순수성을 탐닉하는 것을 즐겨한다'라는 생각으로 현재도 사람들의 다양한 무의식적 행동에 집중하고 있다. 오환우.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유년기와 10대를 보냈다. 손재주가 좋았고 미적 재능도 있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지내다 보니 세상이 정한 기준, 틀, 원칙, 고정관념 등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 나도 모르게 아주 자연스럽게 이 일로 스며든 것 같다. 결정적으로 이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지속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친구 김정곤 대표다. 늘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힘들고 방황할 때 길잡이가 돼주었다. 두 번째는 훌륭한 스승, 보이드 플래닝의 강신재, 최희영 소장이다.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 디자이너의 애티튜드를 만들어 주셨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김정곤. 최근 프로젝트인 더현대서울 지하 2층이 기억에 남는다. 더현대서울의 성공은 비트윈스페이스가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경험을 디자인 한다'라는 슬로건을 가장 잘 담아낸 공간이라 생각한다. 서구 중심의 유통 공간 디자인을 우리나라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우리의 문화적 특징과 환경의 습성에 맞는 공간의 해법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이 찾는 오프라인 기반 공간의 핵심은 '경험'이다. 경험이 중요하다 보니 공간보다는 장소의 개념에 주목하여 고객들 나름의 기억을 만들 수 있도록 지하 2층을 4개의 스토리로 공간을 디자인했다.
오환우. 소중하지 않은 프로젝트가 없다. 현시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과거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들보다 규모, 대중의 관심, 기업의 중요도 등 월등히 가치가 크다. 그래도 초창기에 진행했던 콴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퀄리티 높은 고가 상품을 돋보이기 위한 아이디어로 건물 외관에 악어가죽 패턴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다. 황동이라는 소재로 입체 프레스 공법을 사용해 미니멀하지만 입체감 있는 파사드를 완성했다. 내부는 제임스터렐 빛을 컨트롤하는 디테일을 활용하여 빛 속의 오브제 공간을 완성했고, 이 결과물로 비트윈스페이스를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Q.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나. 공간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A. 우리는 다양한 성격의 공간들을 디자인했고 매번 다르고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디자인을 해오고 있다. 그때 우리는 디자이너의 숙명은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Joe sparano의 '좋은 디자인은 겉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위대한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보이지 않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난 과거에는 돋보이고 화려해 보이는 차별화를 생각했지만, 중요한 건 시각적 존재감이 아닌 오감과 경험으로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아름다운 것보다 예측되지 않는 경험을 만들어 내야 사용자가 반응한다. 사용자 중심의 내러티브 공간 여정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작가 시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Q. 후배 건축가, 대중들에게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가?
A. 선도하는 디자인 회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노하우가 내부 자산으로 쌓여 시스템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화된 창의적 집단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또 회사의 영속성에 대한 고민을 늘 하는 것 같다. 최대한 많은 영역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리 동료, 후배 디자이너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 집단이 되고자 한다. 후배 디자이너들에게는 우리가 이뤄놓은 결과물이 아닌 진정성이 담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긍정의 에너지와 용기, 희망을 갖게 해줄 수 있기를 꿈꿔본다. 불확정성만이 유일하게 확정적인 시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예측하기 힘든 미래를 예측하고 따라갈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자기 학습을 통해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미래를 선도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최선의 길이라 믿는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우리만의 '디자인 언어'를 정립하고 싶다. 송길영 님이 쓰신 책에 '가치관의 액상화'라는 말이 있다. 가치관의 변화로 기존에 믿었던 모든 기준이 다 바뀌는 상황이다. 시대의 상황과 변화에 맞는 새로운 공간의 기준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민해 온 내용들을 공유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뒤따르는 많은 디자이너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이 되어주고, 또 이타심을 가진 디자이너 집단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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